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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SF를 좋아해

호빵찡 2022. 9. 5. 21:16

제목 : 우리는 SF를 좋아해

저자 : 심완선

옮긴이 : -

출판사 : 민음사

 

읽은 기간 : 2022.09.05 ~

 


p11

인터뷰가 제각각으로 완성된 모습을 보며 “온 우주에 공통의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 생각났다. 우리의 ‘현재’는 국지적으로만 존재할 뿐 우주 전체에 적용되지 않는다. 시간의 속도가 상대적이기 때문이다. 물체의 속도가 광속에 가까울수록, 중력에 영향을 받을수록 시간은 느리게 흐른다. 그러니 다른 여건에 놓인 물체는 다른 시간의 현재를 산다. 물리적으로 사실이고 문학적으로도 그렇다. 이 글을 읽고 계실 여러분은 모두 자기만의 속도로 시간을 여행하는 중이다. 언젠가 다다를 죽음을 향해, 막막한 우주에서, 자기라는 짐을 싣고 움직이는 중이다. 그러니 우리는 모두 자신을 위한 1인용 맞춤형 타임머신이다. “완벽하게 제작된, 우리 내부에 타고 있는 승객에게 시간 여행을 경험하게 해주는, 시간여행, 상실, 그리고 이해를 경험하게 해주는 최첨단 장비를 갖춘 타임머신인 것이다.”

그리고 온전하고 아름다운 시간 여행을 누리기 위한 지침이 있다. 부디 미래를 근심하지 말고, 후회에 사로잡히지 말고, 앞을 향해 자기만의 속도로 유영할 것. 자신의 그림자가 움직이는 모습을 바라보며 때로는 경쾌하게, 때로는 완만하게 현재를 맛볼 것. 종종 낯선 책을 들여다보며 당신의 책에 담길 이야기를 고치고 깁고 늘릴 것.

가끔 숨을 내쉬며 서로를 확인할 것.

 

우리는 SF를 좋아해!

오랜만에 소설이 아닌 책을 읽었다. 최근 한국 SF를 많이 읽었는데 그 작가들의 인터뷰 모음이어서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내가 읽은 책들을 작가가 어떤 과정으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썼는지 알 수 있어서 재밌었던것 같다. 작가들은 글을 잘 써서 그런지 인터뷰 하는 언어도 상당히 정돈되고 표현이 풍부하다고 느껴진다. 나도 요새는 무슨 내용이던지 글을 많이 써보려고 노력하는 중인데 어떻게 해야 이렇게 자신이 생각으로만 가지고 있는 내용을 실감나게 글로 옮길 수 있을까? 다음에는 글 쓰는 것에 관련된 책도 한 번 읽어봐야겠다. 아직까지는 상상을 글로 옮기는 것은 커녕 실제 있었던 일조차도 글로 풀어내는 것이 어렵다. 책을 많이 읽으면 글 쓰는데에 도움이 된다는 말은 정말 많이 봤는데 그렇다면 나는 글을 지금보다는 잘 써야할거 같단 말이지..너무 내용 위주로 빨리 파악하고 넘기는 식의 글 읽기 습관이 들어버려서 그런걸까? 이런 생각이 든 이후로 좋아하는 작가의 글은 꼭꼭 씹어 먹듯이 읽는 편이다. 아니면 글 스킬의 문제보다도 상상력의 빈곤이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걸지도 모르겠다.

 

다시 책 관련된 이야기로 돌아와서, SF를 예전부터 좋아해왔지만 외국소설 특히 스페이스 오페라 류의 소설은 상당히 남성향의 글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미있게 읽긴 했지만 특히나 필립 K. 딕이 그렇다. (물론 그가 그럴것이라는것은 그의 삶에서 부터도 짐작 가능하다ㅋㅋ) 그리고 여담이지만 지금 필립 K. 딕을 비롯하여 SF 거장들을 검색하면서 내가 아서 클라크와 아이작 아시모프 작품을 약간 혼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유년기의 끝이 아이작 아시모프 작품인줄 알았어..지금 뒤에 책장에도 꽂혀있는데. 워낙 내가 오래된 책들을 읽어서 더 그렇게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최근 한국 SF는 여성 작가들의 글이 두드러진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대표 작가 6인만 해도 5명이 여성 작가다. 그리고 웃기게도 나도 여기에서 소개하는 남자 작가 1명을 제외하고 모든 작가의 작품을 적어도 1편은 읽어봤다. 왜 그런가라고 나름대로 생각을 해보면  이제 뻔한 남성향 글에 질린 독자들이 많은게 첫번째일 것 같다. 물론 내가 뻔한 남성향 SF라고 일컫는 글 중에도 굉장한 글들이 있지만 여자가 섹스로봇 아니면 어머니 둘 중에 하나로만 나오는 내용은 그만 보고싶다. 아직까지도 SF 공모전을 하면 많은 사람들이 섹스로봇을 등장시키며 인간이란 무엇인가- 에 대해 피상적으로 쓴 글을 많이 제출하고 그게 심사위원들을 괴롭히는 가장 큰 요소라는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나 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게 됐다는 뜻이다. SF가 굳이 아주 커다란 세계관을 설정하고 스케일 큰 이야기를 해야 재미있는것은 아니라는것을 느껴서도 한 가지의 이유가 될 수 있을거 같다.

 

좋아하는 것에 관련된 책이어서 내 생각을 좀 더 많이 풀어쓸 수 있을것 같았는데 아직까지는 역시 어렵다. 그래도 조금씩은 내용보다 내 생각을 쓰는게 길어지고 있는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