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버터
저자 : 유즈키 아사코
옮긴이 : 권남희
출판사 : 이봄
읽은 기간 : 2022.07.29 ~ 2022.08.05
2022.08.01
p,11
능력있는 그녀가 일을 버릴 결심을 했을 때는 아깝기도 했고 사막에 홀로 남겨진 듯한 외로움과 분함에 잠도 제대로 오지 않았다.
p.13
“진부한 표현이지만,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 료스케 씨는 행복하겠어요.”
빈말이 아니라 눈앞에서 태평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는 료스케씨가 너무 부러웠다. 피부에 윤기가 나고 산뜻한 분위기에 여유로움이 감도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직장에서도 윗세대의 기혼 남자들은 어딘지 모르게 편안하고 안정되어 있다. 바쁜 그들의 아내는 대부분 전업주부 같았다.
p.18
그러나 료스케 씨가 딱히 무신경해서 내뱉은 말도 아니다. 이것이 세상 남자들의 평균 반응이다.
p.114
또이런다. 가지이 미나코의 피해자 머리에는 두 종류의 식사밖에 없었던 것 같다. 여자가 정성껏 차린 다정한 집밥 아니면 혼자 먹는 처량하고 볼품없는 가공식품. 어째서 그렇게 극단적일까. 혼자 먹건, 편의점 도시락으로 해결하건, 머리를 쓰고 마음먹기에 따라 풍요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텐데. 그리고 연신 집밥, 집밥 하면서도 왠지 맛에 미숙한 거 같다.
p.147
크림소스를 끼얹은 통통한 화이트 아스파라거스를 다 먹었을 즈음, 구운채소가 나왔다. 노르스름하게 구운 양파가 이토록 달콤하고 진하게 풀어질 줄이야. 싫어했던 고추도 향긋하고 온화한 풍미가 있다. 그러고 보니 여기서 수십 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요전에 간 일식 다이닝보다 훨씬 많은 채소를 위에 넣고 있다.대각선 앞에서 소리를 내면 구워지고 있는 빨간 고기는 이쪽 자리로 올 것 같다. 투명한 육즙이 고기에서 천천히 스며 나왔다. 지방이 녹는 냄새까지 달콤하고 여유롭다. 공격적인 비릿함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다. 붉은 살이 복숭아빛으로, 흰살이 투명한 지방으로 변화하는 것을 찬찬히 지켜보았다.
버터에서는 다양한 요리의 묘사가 음식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 처럼 나온다. 특히 버터를 사용한 요리에 대한 묘사가 끊임없이 나오는데 이걸 읽고 있자면 당장 버터가 잔뜩 들어간 뭔가를 먹고싶어 진다. 오늘 회사 구내식당에서 장조림 버터밥이 나왔는데 밥알에 섞인 버터가 입 안에서 뭉그러지는걸 느낀 순간 책 초반에 나왔던 간장버터밥이 떠올랐다. 이외에도 버터를 추가한 시오버터라멘, 스테이크 위의 버터, 버터 풍미 가득한 갓 구운 파운드케익을 먹고싶어진다.
두 여자는 정 반대의 사람이다. 가지이와 리카. 리카는 나와 닮은점이 많다고 느껴졌다. 키크고 마른 몸에 자기 일을 계속 하려 하고 기존 사회의 고정관념에 불쾌함을 느끼며 이성에 의지하지 않으려 하는 사람. 그런 삶을 살면서 가끔씩은 피로감을 느끼고 나와 같다고 생각한 주변의 변화에 내심 힘들어 하는 점 마저도 현대를 살아가는 많은 여자들이 리카와 닮아있다. 가지이는 여자는 남자를 위해서 사는 존재라고 말한다. 하지만 가지이의 행동은 자기 자신이 하고싶은 것이었고 결국은 가지이가 '헌신한' 남자들은 죽어나간다.(가지이는 그래서 살인죄 혐의를 받고있지만 사실 가지이가 직접적으로 죽게한 남자는 없었다. 혼자서는 밥도 차릴줄 모르는 남자들이 알아서 죽어버린 것인데..) 가지이가 진정 원한건 뭘까?
아직까지는 책의 중반부까지밖에 읽지 못해 결론을 내려 글을 쓰기엔 이르다는 생각이 든다. 글로 풀어내기는 어렵지만 분명 현실의 여자들이 겪는 일들에 대한 내용에 여러 복잡한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다. 경력단절, 주변의 칭찬과 걱정을 빙자한 외모 품평, 사람이 아닌 여자로만 보는 시선, 남들은 다 순응해서 사는데 나만 이렇게 생각하는걸까 하는 고민들.. 리카는 과연 어떤 결론을 내리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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