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
저자 : 김이설
옮긴이 : -
출판사 : 작가정신
읽은 기간 : 2022.07.24 ~
2022.07.25
p3
계절이 변하는 걸 절감할 때마다 나는 그 사람을 떠올렸다. 기어이 시멘트 틈으로 고개를 내민 민들레를 보았을 때, 후텁한 공기에서 물기가 맡아지거나, 인도에 떨어진 은행을 밟지 않기 위해 까치발로 걷다가, 창틀을 뒤흔드는 혹한의 바람 소리를 가만히 듣다가 문득문득 그 사람과 내가 헤어졌다는 사실을 깨닫곤 했다. 잊으려고 한 적이 없었으니 떠오르는 거야 당연했고, 그때마다 그 사람이 몹시 보고 싶다는 걸 굳이 외면하지도 않았다.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을 때가 없었다는걸 늦게 깨달았지만, 놀랍거나 새로울 것도 없었다.
책을 열자마자 나온 계절의 흐름을 말하는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의식하지 않고 있다가 문득 계절이 느껴지는 순간을 잘 나타내서일까?
오랜만에 읽는 단편 소설이다. 사실 단편소설을 굉장히 좋아하는 편인데 흡입력 있고 완결성을 갖춘 단편을 쓰는게 장편보다 어려워 보인다는 생각을 한다. 실제로 글을 쓰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전혀 안그럴 수도 있지만.. 장편을 쓸때는 하고싶은 이야기를 가지가 자라나는 것처럼 이야기를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전개해 갈 수 있다면, 단편은 그런 가지를 쳐내고 눌러서 분재를 만드는 느낌이다.
아무튼 그래서 단편은 글의 길이가 짧음에도 기억에 남는 문장이 오히려 더 많은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이 책은 첫 장을 열자마자 그런 문장을 마주쳐서 놀라웠다.
개인적으로 신파는 안좋아 하는데 담담한 문장 안에 감정이 담겨있는 글은 좋아한다. 아직 앞의 일부 단편만 읽어봤지만 이 책도 그런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