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내맘대로 책 감상평

헤어질 결심

호빵찡 2022. 8. 22. 21:48

제목 : 헤어질 결심 각본

저자 : 정서경 박찬욱

옮긴이 : -

출판사 : 을유문화사

 

읽은 기간 : 2022.08.17 ~

 


헤어질 결심을 보고 돌아오자 마자 각본집을 샀다. 아마 영화도 몇 번은 다시 보지 싶다. 각본집의 대사와 영화의 대사가 달라진 부분들이 조금씩은 있었는데 최종적으로 영화로 나온 대사들이 더 좋게 느껴진다.

 

화자를 설정하고 써본 영화 감상으로 헤어질 결심의 감상평을 마무리 하도록 하겠다.

혼자 헤어질 결심을 보러 가기로 했어. 박찬욱은 원래 좋아하는 감독이고 이제껏 개봉한 영화 대부분을 봐온 데다가 얼마 전에 박찬욱 영화를 잔뜩 봤으니 지금 올라와 있는 영화 중에는 당연한 선택이었지. 다른건 OTT에 올라와서 집에서 봐도 괜찮다 생각했지만 이건 스크린에서 보고싶었거든. 근데 마침 시간대도 자리도 괜찮게 있더라고. 원래 내가 영화 앞에서 보는거 좋아하잖아.
영화 시작 전에는 지하 식품관에서 영화 보면서 뭘 먹을까 한참 고민했어. 최대한 일부러 스포일러 피해다녔어서 영화 내용이 어떤지는 전혀 몰랐지만 주인공들이 초밥을 먹는 장면이 있다는건 들었거든. 마침 점심도 초밥이었는데. 아무튼 아직은 꽤 남은 영화 시작시간에 일부러 천천히 고민하면서 돌아다니다 결국 고른건 감자칩이랑 초콜렛이었어. 시간이 많이 남아서 층마다 몇 바퀴씩은 걸었는데 그동안 많이도 바뀌었더라. 그런거 보면 나는 그대로 있는데 주변만 금방 바뀐다는 생각이 들때도 있어. 그냥 새로운거 많이 들어오면 좋은건데 나만 그런거 이려나?
영화 시작한지 얼마 안돼서는 이런저런 생각 많이 했어. 정말 박찬욱 감독은 화면에 아름다운것만 담는구나 라던가 (아름답지 않은 공간이 단 한 장면도 없더라니까) 이번에도 벽지가 정말 화려하고 예쁘다 나도 애플워치 사고싶다 라던가.. 아 그리고 클라이밍 관련된 내용도 조금 나오는데, 어떻게 빌레이어도 없이 리드 등반을 했지? 하는 생각도 했다. 이거는 클라이밍 안해봐서 무슨 뜻인지 모르겠지만 말이야. 근데 개인적으로는 등반 장면들은 아무리 봐도 어떻게 올라간건지 모르겠더라고. 보통은 그냥 아 저렇게 올라가는구나 하겠지만.
내가 원래는 영화 같은거 보고 슬퍼하지 않는거 알잖아.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비가 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혼자 보러가야겠다고 결정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우산을 푹 눌러쓴 덕분에 빗소리 덕분에 이상해 보이지 않았을 테니까.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주변의 감상이 여기저기서 들렸는데, 너무 잘 만든 영화라던가 왜 그런건지 이해가 안된다던가 그럼 이런 그런건가? 하는 분석하는 말들이 들리더라고. 근데 나는 어느 순간부터는 그렇게 분석하며 볼수가 없더라. 그냥 서래를 이해할 수 있었거든. 서래는 비겁하지 않았어. 모든 것에는 끝맺음이 있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좋은 결말일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말이야. 중간엔 해준이 밉더라고. 비겁한 모습도, 그러면서도 잠 못이루는 모습도, 서래 옆에서는 푹 잠드는 모습도,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닌데 하고 혼란스럽게 느껴지는 본인의 행동의 원인을 전가하는 것도, 자신의 마음을 부정하면서도 행동은 사랑이 아닐리 없게 한것도 이성적으로는 이해되고 마음으로는 안쓰러우면서도 미웠어. 그런데 결국은 그 둘에게선 누가 잘못했고 누가 나쁜사람이다를 가리는게 의미가 없더라.
나는 아직까지 이포에 있었나봐. 마침내, 깊은 바다로 갈 수 있을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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