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내맘대로 책 감상평

밀알의 양식을 주시옵고

호빵찡 2022. 10. 12. 21:05

제목 : 밀알의 양식을 주시옵고

저자 : 이자혜

옮긴이 : -

출판사 : 중앙북스

 

읽은 기간 : 2022-10-04

 


어른이 된다라는건 어떤걸까? 사회생활 시작한지도 벌써 5년차에 나이 또한 수치적으로는 충분히 어른에 도달했는데도 아직 모르겠다.

 

아직 취준생이던 시절에는 막연하게 돈을 버는것이 어른이라고 생각했다. 언제나 뭔가를 할 때 통장 잔고를 확인해야 했고 어른이 된다면 뭐든 자유롭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그 당시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돈을 벌고 있어도 나의 생활이 크게 달라진거 같지는 않다. 하긴 어른이라는 개념은 성인의 개념과도 비슷한것 같다. 기준이 정의되어 있는 말이지만 그 기준을 충족한다고 해도 본인은 쉽게 와닿지 않는 그런 종류의 개념말이다. 20살이 갓 되었을때도 유사한 기분이었다. 분명히 나는 성인이 됐는데 그렇다고 해서 내가 그 순간 달라지는건 아니니까. 사람의 인생은 한 순간에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뀌는게 아니라 조금씩 변화해 나가는 스펙트럼과 같은 모습일텐데 그걸 구간별로 나누다 보니 그런걸까?

 

아무튼 나는 어른이 됐어! 를 증명하고 싶었던 시점에는 먹는것과 화장품에 돈을 많이 썼던것 같다. 오마카세나 코스로 음식이 나오는 식당에 처음 가봤을 때에는 왠지 어른으로 대접받는 느낌이었으니까. 한편으로는 그 안에 있는 나 자신이 주변 다른 사람들에 비해 너무나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뭐 그렇다고 해서 그랬던 경험들이 나쁘다는건 아니다. 허황된 소비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좋은걸 경험 해봐야 어떤게 좋은것인지를 알게 되고 취향도 생기니까 말이다. 단점이자 장점은 좋다고 생각하는것 미만은 굳이 소비하지 않게된다는것 같다. 많이 드는 예시인데 초밥을 예로 들자면 어릴때는 이마트 마트 초밥도 맛있게 먹어서 마트 갈 때 초밥을 한 팩 고르는게 즐거움 이었다. 근데 맛있는 초밥을 맛 보게 된 지금은 마트초밥은 사먹지 않을 뿐더러 누가 사준다고 해도 굳이 먹지는 않을 것 같다. 다른 종류의 음식에도 마찬가지여서 요새는 그저 적당히 배채운다는 느낌의 메뉴로는 외식을 잘 안하고 차라리 집에서 뭔가를 해먹는 편이다. 뭔가를 맛있다고 느끼는 역치가 높아진게 어떻게 보면 행복할 수 있는 총 량이 줄어든거 같아 약간은 슬프기도 하네.

 

화장품 얘기로 조금 돌아가보자면 지금은 화장 자체를 거의 하지도 않지만 당시에는 백화점 화장품을 소유하는게 스스로 꽤나 대단하게 느껴졌다. 옷이나 가방 따위는 구매할 수 없지만 그 로고 하나 박힌걸로 품질보다 훨씬 비싼 값을 치러야 하는 작은 화장품 몇 개를 가진 걸로 그 브랜드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던거 같다.

 

그래서 그런것들을 경험하고 익숙해진 나는 어른이 되었나? 앞서 말한대로 알 수 없다. 하지만 이제 물질적인 것에 익숙해 보이는게 어른의 요건은 아니란 것은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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