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새의 선물
저자 : 은희경
옮긴이 : -
출판사 : 문학동네
읽은 기간 :
2022.07.18
P11
사랑에 대해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사람만이 쉽게 사랑에 빠지는 것이다. 그리고 사랑을 위해 언제라도 모든 것을 버리겠다는 나의 열정은 삶에 대한 냉소에서 온다. 나는 언제나 내 삶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왔으며 당장 잃어버려도 상관없는 것들만 지니고 살아가는 삶이라고 생각해왔다. 삶에 대해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사람만이 그 삶에 성실하다는 것은 그다지 대단한 아이러니도 아니다.
p68
아줌마가 삶을 받아들이는 것은 그것이 바로 자기의 삶이라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만약 아저씨가 자기 삶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 달라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줌마는 그런 생각을 꿈에도 해본 적이 없을 것이다. 아줌마들은 자기의 삶을 너무 빨리 결론짓는다. 자갈투성이 밭에 들어와서도 발길을 돌려 나갈 줄을 모른다. 바로 옆에 기름진 땅이 있을지도 모르는데도 한번 발을 들여놨다는 이유만으로 평생 뼈빠지게 그 밭만을 개간한다.
나는 아줌마가 자기의 삶을 벗어나서 보았으면 하고 생각해왔다.
소위 자기 팔자 자기가 꼰다는 말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이럴 거다. 조금만 나와서 보면 당연하게 알 수 있는 것인데도, 나에겐 지금 주어진게 전부라고 생각이 드는거다. 하지만 사람이란게 항상 자기 일은 객관적으로 볼 수가 없게 된다.
p135
고달픈 삶을 벗어난들 더 나은 삶이 있다는 확신은 누구에게도 없다. 그러나 사람들은 떠난다. 더 나은 삶을 위해서라기보다 지금의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아무 확신도 없지만 더이상 지금 삶에 머물러 있지 않아도 된다는 것 때문에 떠나는 이의 발걸음은 가볍다.
책을 읽는 내내 소설이 아닌 에세이를 읽는다는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생생한 이야기였다. 누구나 살아오면서 마주칠 수 있는 주변 사람들의 상황들. 자라오면서 들었던 생각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데, 내 어린 시절과 시기가 맞지 않음에도 성장하는 과정에서 하게 되는 생각은 비슷한거 같다. 내가 이렇게 부끄러운 생각도 했었지 이런 호기심도 가졌었지 하는 내용들도 있어서 괜히 페이지를 빨리 넘기게 됐다.
책의 배경은 1969년도이니 지금은 무려 그때로부터 반세기나 지났다. 하지만 주변에서 주어진 가치관에 개인의 삶을 맞추려 한다는건 지금까지도 똑같은거 같다. 개인의 의식은 변했지만 사회적 의식이 변하지 않았다고 해야되려나? 앞으로 반 세기 후에는 똑같은 고민을 하게 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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