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므레모사
저자 : 김초엽
옮긴이 : -
출판사 : 현대문학
읽은 기간 : 2022.12.06 - 2022.12.08
한나가 허전한 내 허벅지를 쓰다듬을 때, 그러면서 "금속 다리로 구두를 신고 춤추는 네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데. 그걸 본 순간 나는 사랑에 빠졌지" 하고 속삭일 때, 나는 고통을 기꺼이 견디며 춤을 추고 싶었다. 그럴 때면 한나가 나의 아름다움만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비참함마저도 사랑한다고 믿고 싶었다. 실제로도 어느 정도는 그랬다. 한나가 내게 바란 것은 완성된 형태의 아름다움이나 강인함이 아니라. 그것에 대한 어떤 나아감의 방향, 지향점이었다. 불안정한 지면 위를 위태롭게 한 발 한 발 내딛는, 넘어질 듯 아슬아슬한 춤을 지속하는, 그 춤이 지속되기만 한다면, 한나는 신경 쓰지 않았다.
므레모사를 처음 펼쳤을 때 느낀 첫 감정은 불편함이었다. 보통의 책은 양쪽 정렬이나 왼쪽 정렬으로 문단이 구성되어 있어 문단의 왼쪽이 가지런히 정렬되어 있는다. 그런데 므레모사의 오른쪽 페이지는 오른쪽 정렬도 아닌데 줄마다 글자가 시작하는 위치가 다르게 정렬되어 있어 읽는 내내 일렁거림이 느껴졌다. 줄이 이렇게 나뉘면서 단어들도 자꾸 분절이 되어서 읽는 내내 계속 신경이 쓰였는다. 이 건 정말 책을 실제로 보면 느낄 수 있을것..김초엽 작가는 불편함을 소설속에 자주 녹여낸다고 생각하는데 그렇기때문에 일부러 읽는데에 불편함을 주기 위한 의도가 아닐까 싶다.
또 므레모사는 장편임에도 왠지 단편처럼 느껴졌다. 왜 그렇게 느껴졌는지에 대한 이유를 생각해봤다. SF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재난에 대한 이야기 흐름은 어떤 재난이 벌어짐 > 그에 대한 원인을 조사하게 됨 > 원인에 대해 알게 되고 해결 혹은 멸망을 받아들임 이런 방식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 적어도 내가 본 바로는 그렇다. 그런데 므레모사에서는어떤 일이 벌어졌다 까지는 제시가 되지만 그 일이 일어나게 된 원인이나 이유에 대해서는 공백으로 남겨놨기 때문에 분량에 비해 짧게 느껴진 것 같다. 그리고 그게 개인적으로는 매력으로 느껴진다. 파운데이션같이 세계관이 탄탄해 마치 역사책을 읽는듯한 소설도 도서관에서 거의 살던 무렵 흥미롭게 봤고, 오 이거 진짜 일어날 수 있는 일 아니야? 싶은 내용의 소설도 좋아하지만 요즘에는 이런 여백이 느껴지는 책을 더 찾게 되는거 같다. 므레모사의 내용과도 어느정도는 부합하는 말인거 같긴 한데. 더 빠르게 더 효율적으로, 더 열심히가 미덕인 세상에서 때로는 맞지 않는 존재가 되는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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