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내맘대로 책 감상평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호빵찡 2023. 1. 9. 23:39

제목 :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저자 : 한강

옮긴이 : -

출판사 : 문학과지성사

 

읽은 기간 : 2023.01.06 - 2023.01.08

 


시는 거의 읽어본 적이 없는데 제목이 왠지 맘에 들고 내가 정말 좋아하는 한강 작가의 글이라 올 해의 첫 책으로 선정했다. 시는 어떻게 읽어야 잘 읽는건지 모르겠다. 새해 처음으로 읽은 책에 대해 쓰는 글이 너무 멋없게 시작하는것 같지만..평소 독서 할때는 흥미로운 줄거리를 가진 책을 주로 읽기 때문에 내용 파악 위주로 속독 하는 편인데 시는 그렇게 읽었다가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을거 같다. 그렇다고 찬찬히 읽자니 같은 글자에서 맴도는 느낌이고. 행간의 의미를 생각해보려고 하지만 쓰여진 글자 이상의 것에 대해 생각하는건 나에겐 아직은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마음에 들어온 구절들이 있어서 뜻도 모르지만 기록해 본다.

 

아 그래도 한강 작가의 소설 내용중 일부를 담고 있다고 느껴지는 시도 종종 있어서 이어지는 의미를 찾는 재미가 조금은 있었다.

 

해부극장 2
-
나에게
혀와 입술이 있다

그걸 견디기 어려울 때가 있다.
...
나에게
심장이 있다,
통증을 모르는
차가운 머리카락과 손톱들이 있다.

그걸 견디기 어려울 때가 있다.

 

한강의 글은 인간으로 살아가는 근원적인 괴로움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는것 같다. 인간은 누구나 외롭고 괴롭다. 외롭고 괴로운 것은 외부에서 오는 역경 때문이 아니라 나에게 혀와 입술이 있는것처럼 나에게 머리카락과 손톱들이 있는것처럼 근원적인 것이다.

 

자화상. 2000. 겨울
-
초나라에 한 사나이가 살았다
서안으로 가려고 말과 마부와 마차를 샀다
길을 나서자 사람들이 말했다
이보오,
그쪽은 서안으로 가는 길이 아니오
사나이가 대답했다
무슨 소리요?
말들은 튼튼하고 마부는 노련하오
공들여 만든 마차가 있고
여비도 넉넉하오
걱정 마시오, 나는
서안으로 갈 수 있소

세월이 흐른 뒤
저문 사막 가운데
먹을 것도 돈도 떨어지고
마부는 도망치고
말들은 죽고 더러 병들고
홀로 모래밭에 발이 묻힌
사나이가 있다

마른 목구멍에
서걱이는 모래흙,
되짚어갈 발자국들은
길 위의 바람이 쓸어간 지 오래
집념도 오기도 투지도
어떤 치열함과 처연한
인내도
사나이를 서안으로 데려다주지 못한다

초나라의 사나이,
먼 눈
병든 몸으로 영원히
서안으로 가지 못한다

 

심장이라는 사물 2
-
죽는다는 건
마침내 사물이 되는 기막힌 일
그게 왜 고통인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몇 개의 이야기 6
-
모든 가혹함은 오래 지속되기 때문에 가혹해.